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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에게 불려서 지금 본가로 가고 있다. 우리 아버지는 흔히 말해서 야쿠자로 소세이파의 두목이다. 나랑 코마치는 그런 아버지가 야쿠자인 게 싫어서 따로 살고 있지만... 차가 본가에 도착하자, 현관문을 통해서 야쿠자들이 몰려 나왔다.

 
"하치만 도련님, 도착했습니다"

"고마워요, 스미레 씨"


차에서 내리자, 험상궂게 생긴 야쿠자들이 내게 90°로 인사를 건네왔다. 이래서 여기는 오기 싫다니까...


"어서 오십시오! 도련님"

"류지, 오랜만이네"


현관으로 들어가다가 집 앞에 세워진 리무진이 궁금해서 류지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류지는 조금 껄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손님 오셨어?"

"예, 도련님. 현 의원님이라고 하시는데... 눈에 살기가 장난 아닙니다"

"아아, 혹시 아버지가 잘못한 건 아니지?"

"아뇨, 의원님이 뭔가 사죄하실 일이 있어서 방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헤에- 그런데 나는 왜?"

"아, 그게-"


드르륵


류지가 말을 하려고 하자, 문이 힘차게 열리면서 아버지가 나왔다. 아버지의 뒤쪽에는 정장을 입은 남자가 보였다. 저 분이 의원님인가... 게다가 의원님 옆에는 미모의 여학생이 앉아있었다. 뭔가 들어가고 싶지 않은 방인데...


"아들아, 왔냐? 내 자랑스러운 딸- 에... 코마치는 어디에?"

"나만 오라고 했다며. 하아... 별 일 없으면 다시 갈게"

"쳇... 부끄러워서 말 못하는 나의 마음도 알아주라고"

"야쿠자가 부끄러운 게 어디 있어?"

"역시 넌 나의 아들이야, 하하. 나중에 물려줄 때가 기대되는구나. 그런데 다리는 괜찮냐?"

"그러니까 나는 전업주부로 살 거 라니까... 그리고 골절이라면 괜찮아"

"하아... 남자 녀석이 집안일이나 한다고... 쯧쯧"

"저기... 대화가 끝났다면 다시 이야기를 재개하고 싶은데"


아버지의 뒤에서 의원님이라고 생각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확실히 몇 번 본 적이 있는 얼굴이네...


"아, 미안미안. 아들 녀석이 와서"

"아버지, 의원님이랑 아는 사이야?"

"소꿉친구인데?"

"하? 야쿠자랑 현 의원이 소꿉친구라고?!"

"뭐, 그럴 수도 있지 않냐? 잔말말고 따라 와"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와는 다르게 아버지의 옆 자리에 의원님이 앉으시고, 나는 비어있는 여학생의 옆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왜 저를..."

"아, 그게... 하치만 군과 내 딸을 약혼 시켜려고 왔단다"

"네?"

"하하하... 옛날에 네 아버지랑 술을 마시다가 실수로 약속을 해버려서 그만..."

"술 드시다가 장난으로 한 약속인데, 무시하시면 안 되나요?"

"네 아버지가 옆에서 녹음을 했거든..."


...정말 무서운 아버지라니깐. 의원님은 내 옆에 앉은 여학생을 바라보면서 다시 말을 시작하셨다.


"그리고 내 딸이 너에게 사과도 해야 하니까... 유키노"


이 여학생이 나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 뭘까... 그러자 여학생은 일어나서 내게 크게 고개를 숙여왔다. 


"죄송합니다. 그 때 저희가 조금만 주의를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이 여자의 말에 사고 당시 그 차에 타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뭐... 다시 생각해도 내가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 내가 갑자기 뛰어든 거니까. 사실대로 말해줘서 고마워"

"자... 그러면 이제 문제도 해결했고, 이 녀석 딸과 너를 약혼시키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다"


나는 일단 옆의 여학생의 곁눈질로 살펴봤다. 싫어하는 내색은 없었지만, 이런 삐뚤어지고, 썩은 눈의 남자와 결혼한다면 당연히 싫겠지... 내가 먼저 아버지와 의원님에게 말을 꺼냈다.


"거절하고 싶습니다"


나의 말에 아버지와 의원님이 놀란 눈치였다. 옆에서 듣던 여학생도 놀랐는지 몸을 조금 움찔했다. 물론 아깝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런 게 진정한 사랑이 될 리가 없잖아. 둘 다 필요없는 상처만 생기게 될 뿐이라고...


"으흠... 유키노도 꽤 귀여운데... 유키노가 마음에 안 드는 건가?"

"사람은 물건이 아니잖아요, 그녀의 의견도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헤에- 너 주제에 바른 말을 한다?"

"아버지에게 배운 게 있으니까요"

"자자, 싸우지 말고. 그러면 유키노,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저는 상관없어요"


그럴 리가 없잖아. 방금 의원님의 눈에는 살기가 있었어... 이 녀석은 그런 분위기에서 자란 거겠지. 아버지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는 삶을... 하여튼 아버지들이 문제라니까... 혼자서 여러 생각을 하고 있자, 의원님이 먼저 내게 제안을 해주셨다.


"그러면 졸업할 때까지 기간을 주마. 단, 조건이 있어. 둘이 동거를 하는 거지. 유키노가 혼자 살아서 마음에 걸렸거든"

"뭐... 그런 거라면 저도 동의할게요"


동거만 하면 되는 거잖아. 어차피 아무런 일도 없을 예정이고... 그러자 갑자기 아버지가 승리의 주먹을 들었다. 어...?


"아싸! 그러면 이제 너희 둘이 사니까, 코마치는 내가 데리고 간다!"

"켁... 사실 아버지, 그걸 노린 거지?!"

"무, 무슨 소리냐? 나는 너의 행복을 위해서 그런 거니까... 크흠!"

"하아... 이런 아버지라서 죄송합니다"

"하하하- 그래도 이런 아버지이기 때문에 자녀들과 친해질 수 있는 거겠지... 그래서 하치만 군에게 부탁하는 거예요. 유키노를 행복하게 해주세요"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면 둘이 잠시 나가 줄 수 있겠냐? 사실 이 녀석과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거든"

"편히 이야기를 나누세요" 꾸벅

"감사했습니다" 꾸벅


드르륵


나는 여학생과 방을 빠져나와서 응접실로 향했다. 여학생과 함께 복도를 걷고 있을 때, 어디서 냐- 냐- 하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지나자,
내 다리 밑으로 지가사키가 걸어와서 얼굴을 비볐다. 지가사키는 카마쿠라랑 같이 산 고양이이다. 그녀는 고양이를 보고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고양이도 키웠구나... 난 그 때 네가 강아지를 구하는 걸 보고, 강아지를 엄청나게 아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냥 몸이 먼저 움직였을 뿐이니까... 굳이 말한다면 역시 고양이파다"

"그렇구나... 이 애의 이름은 뭐니?"

"지가사키라고 해"

"지가사키라고 하는구나... 냐- 냐-"


그러자 그녀는 앉아서 고양이를 만지면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차가운 줄 알았는데, 갭모에냐고... 쓰다듬던 지가사키가 떠나자, 그녀는 일어나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전환이 빠른 녀석이네.


"순서가 늦었지만, 네 이름도 물어봐도 될까?"

"아아, 나는 히키가야 하치만이야"

"그렇구나. 나는 유키노시타 유키노라고 해. 아버지 때문에 이번 제안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뭐... 그거 때문이라면 상관없어. 그것보다 너도 아버지 때문에 고생이잖냐. 네 아버지의 눈, 우리 아버지를 대할 때랑 전혀 다른 눈이었거든"

"사실이니까. 내가 너를 너무 낮게 평가하고 있었던 모양이네. 그래, 우리 집에서 나는 언니의 대용품에 불과해"

"당연히 그런 집에서 나오고 싶었겠지... 뭐, 이유는 다르지만 나도 자취해서 여동생이랑 함께 살고 있으니까..."

"후후- 하지만 네 아버지는 네 여동생을 더 좋아하시는 모양이구나. 뭔가 상상하던 가족의 모습이라서 부러웠어..."


그녀의 말이 내 가슴 속에 박히는 듯했다. 그녀의 가녀린 미소를 보니, 저절로 그녀의 삶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표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언니에 비해서 다행이니까"

"그래도 너도 자취하려고, 노력했을 거잖냐?"

"그래. 자취하는데도 엄청 고생했어. 하지만 아버지는 이런 것도 예상하셨겠지..."

"걱정 마. 난 네게 손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을 테니까"

"역시 남자들은 거유를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중얼

"하? 그게 아니라... 사람마다 어울리는 몸이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 빈말이라도 그렇게 해줘서 고마워. 앞으로 잘 부탁해. 히키가야 군"

"아아, 유키노시타"


유키노시타와 악수를 하고 있으니, 복도의 끝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복도의 끝에는 아버지와 유키노시타의 아버지가 함께 걸어오고 계셨다.


"오, 보기 좋구나. 우리는 이제 한잔 하러 갈 텐데,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냐?"

"그러면 저는 이만 집에 가서 짐을 정리할게요"

"아하하... 그게... 이미 유키노 양의 집에 네 짐이 가 있을 거다"

""네...?""

"그래도 하치만 군의 물건은 안전하게 포장해뒀으니, 걱정하지 마렴"

"네에... 그러면 저도 유키노시타의 집으로 바로 가도록 할게요"

"그러면 나는 우리 집 차를 이용해서 갈 테니, 너는 유키노 양의 차를 타고 가라"

"네, 아버지. 다음에 또 봬요. 코마치를 너무 귀찮게 하지는 말라고요"

"큭... 코마치가 사춘기라서 그런 게 아닐까?"

"그냥 아버지를 싫어하는 것 뿐이에요"

"크아악..."

"그러면 하치만 군, 유키노를 잘 부탁해요"

"네, 의원님"

"유키노도 하치만 군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주의하렴"

"네. 조심하도록 할게요"

"아, 그리고 둘 다 학생이라는 걸 잊지 마렴"

""네""


우리는 다 같이 현관으로 나가서 아버지랑 의원님은 내가 타고 온 차를 타고 가고, 나는 유키노시타가 타고 온 차를 타고 동거하게 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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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 이 녀석 꽤 좋은 집에 살고 있잖아? 방범이 잘 되는 곳에 살고 있어서 위험한 일을 없겠네. 실제로 안에 들어가니, 사람이 혼자 사는 집치고는 역시 넓다고 생각했다.


"어라, 너는 고양이를 안 키우는 거냐?"

"이 집에서는 못 키우는 모양이야"

"헤에- 잠시만..."


나는 빈 방으로 가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녀석의 씁쓸한 표정을 보면 어떻게 할 수 밖에 없잖냐... 몇 번의 연결음이 들리더니, 이내 아버지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냐?"

"아버지, 여기서 고양이를 키울 수는 없을까?"

"잠시만- 집주인을 바꿔줄게"

"하?"

"여보세요, 하치만 군?"

"아, 의원님. 이 집에서 고양이를 키울 수는 없을까요?"

"그냥 편히 장인어른이라고 불러도 돼. 사실 유키노가 고양이를 좋아하니까, 키우게 해달라고 전화한 거 아닌가?"

"아뇨, 제가 키우던 반료묘라서 그런 겁니다"

"하치만 군은 약점을 잡히는 걸 싫어하는 타입이네. 이 녀석하고는 다르게 신중해서 좋다고 해야할지... 키워도 좋아. 그리고 앞으로도 약점 잡히지 않도록 조심해줘. 나와 다르게 그녀들은 자비가 없거든... 그리고 하치만 군, 다음에 둘이서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으니, 시간 좀 내줄 수 있겠나?"

"아, 네..."


그녀는 누구를 향하는 말이었을까... 유키노시타? 아니면 그녀의 언니나 어머니를 칭하는 걸까...? 생각하고 있으니, 다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휴우- 저 녀석에게 약점 잡히면 귀찮아지니까 조심해라. 그래서 고양이는 어떻게 할 거냐? 카마쿠라, 지가사키, 아니면 새로 살 거냐?"

"지가사키랑 카마쿠라는 사이가 안 좋으니까, 이제 본가에서 카마쿠라를 키우고, 내가 본가에 있던 지가사키를 데려갈게"

"사실은 카마쿠라가 너를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니고?"

"켁... 코마치가 아버지가 술을 마신 걸 알면 어떻게 될까?"

"켁... 하, 하치만, 난 바빠서 끊는다! 비서를 보내두마!"


역시 코마치에게 약하다니까... 나는 전화를 끊고, 거실 소파에 앉아서 독서를 하고 있던 유키노시타에게 다가갔다.


"유키노시타, 잠시 물건을 가지러 본가에 다녀올게"

"그래, 늦었으니까 조심해서 다녀오렴"


나는 유키노시타에게 말하고, 집 앞에서 대기 중인 스미레 씨에게 부탁하여 본가로 출발했다. 본가에 도착하자, 야쿠자들이 나와 일렬로 줄을
섰고, 류지가 헐레벌떡 뛰어와서 인사를 건네왔다.


"도, 도련님?! 유키노 아가씨하고는 싸우신 겁니까?!"

"하? 무슨 소리야? 고양이를 데리러 왔어. 그 녀석이 고양이를 좋아하니까..."

"에... 도련님, 평소와 이미지가 조금 달라지신 것 같습니다?"

"뭐가?"

"켁... 아닙니다... 코마치 아가씨는 안 보고 가십니까?"

"코마치도 오늘 힘들었을 테니까, 그냥 갈게. 시간도 늦었고..."

"그렇습니까? 어이, 하치만 도련님 잘 데려다 드려라. 안경"

"하? 무식하게 생긴 고릴라 주제에 말만 많아서는... 도련님, 이런 고릴라를 상대하다가는 입만 아픕니다"

"하? 싸우자는 거냐?"


이상하게 평소에는 얌전하던 스미레 씨도 류지를 만나면 성격이 변한다. 대체 이 둘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아... 왜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항상 싸우는 거야... 일단 늦었으니까, 난 갈게"

"네, 도련님. 시동 걸어놓겠습니다"

"아, 류지. 코마치에게 접근하는 남자는 적당히 부탁할게. 이제 내가 곁에 없으니까"

"네. 명심하겠습니다"


류지와 대화를 하고 있으니, 밖에서 크락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류지는 뛰어가서 지가사키를 데리고 왔다. 류지에게는 미안하네. 류지는 지가사키와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까... 류지와 다른 부하들에게도 인사를 건네고, 나는 승용차를 타고 다시 동거하는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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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도착해서 초인종을 누르자, 유키노시타가 문을 열어줬다. 유키노시타는 내가 가지고 온 박스가 뭔지 궁금한 모양이라, 나는 현관에 조심스럽게 박스를 내려두었다.


"이게 뭐니?"

"집들이 선물이라고나 할까...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긁적 긁적

"고마워. 그러면 한 번 열어봐도 될까?"

"아아"


유키노시타는 박스로 다가가서 천천히 열어보았다. 그러자 지가사키가 뛰어올라서 유키노시타의 옆으로 도망갔다. 유키노시타는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온 것에 놀랐던 모양이다.


"우리 집은 고양이를 키울 수 없다고 말했잖니?"

"걱정 마. 네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았으니까"

"그, 그러니? 그러면 고맙게 받도록 할게. 고양아, 어디로 갔니?"


내 말에 유키노시타는 살며시 웃으며, 지가사키를 찾으러 떠났다. 현관에 혼자 남은 나는 박스를 정리하고 있자, 그 녀석의 미소를 보고 조금은 기쁘다고 생각해버렸다. 이상한 생각은 버리자, 그 녀석은 고양이를 키울 수 있어서 기쁜 것 뿐이니까. 박스를 정리한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편한 옷으로 갈아입을까... 잠옷을 찾으러 박스를 뒤지던 나는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에... 옷이 없어?! 정리해둔 상자를 놔두고 온 모양이다... 다시 가기에는 늦었고... 외출복을 입고 잘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거실에서 고양이를 만지고 있는 유키노시타에게 다가갔다. 지가사키는 유키노시타의 허벅지 위에서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부러워... 앗, 이게 아니지.


"저기 유키노시타, 미안한데 잠옷을 안 들고 와서... 프리사이즈의 옷이라도 있을까?"

"그래. 잠시만 기다리렴"


그러자 잠시 후, 유키노시타는 판다 잠옷을 가지고 왔다. 이건 코마치의 열쇠고리에 있던 판씨라는 녀석이였지...?


"왜, 집에 판씨 남성용 잠옷이?"

"판씨를 아는구나. 소장용이지만... 달리 옷이 없잖니?"

"켁... 그러면 나중에 새로 사줄게"

"괜찮아, 집에서 고양이를 키울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러면 이제 저녁준비를 해도 될까? 혹시 본가에서 먹고 온 거니?"

"아니, 그냥 고양이만 가지고 온 거라서, 먹고 오지는 않았는데... 미안하지만, 오늘은 그냥 잘게. 많은 일이 있었잖냐?"

"그건 그렇네... 그러면 푹 쉬렴. 히키가야 군"


유키노시타의 말에 나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어... 나는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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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자, 평소와는 다른 천장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제 유키노시타랑 함께 동거하기로 했었지... 거실로 가자, 부엌에서는 유키노시타가 분주하게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유키노시타는 내가 온 것을 알고 빠르게 아침을 차려줬다. 에... 이렇게 진수성찬일 필요는 없는데... 내가 망설이고 있자, 유키노시타가 먼저 먹으면서 내게 말을 걸어줬다.


"어서 먹으렴"

"아아, 그러면 잘 먹을게. 유키노시타"

"그래"


처음 한 입을 먹자, 고급 음식점에서 팔아도 될 정도의 맛이었다. 에... 엄청 맛있어...! 이 녀석, 미래에 좋은 아내가 되겠는 걸. 하지만 이 녀석 같은 아내가 있으면 내 입지가 줄어드니, 나로서는 거절이다. 뭐... 그럴 일도 없겠지만. 오랜만에 성대한 아침을 다 먹고 방으로 들어가니, 평소처럼 벽에 걸려있던 교복이 보이지 않았다. 켁... 교복도 없잖아. 나는 유키노시타의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고 있던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니?"

"유키노시타, 교복이 없는 모양이라서 먼저 나갈게"

"본가까지는 거리가 멀잖니? 내가 서둘러서 츠즈키에게 마련해달라고 할까?"

"아깝잖냐. 세탁을 하고 놔두고 온 모양이야"

"그렇구나. 그러면 점심은 어떻게 할 거니?"

"그냥 빵으로 때우려고 했다만..."

"그러면 건강에 안 좋잖니? 내가 만들어뒀으니까, 가져가렴. 식탁 위에 놔뒀어"

"하...? 고, 고마워..."

"그래, 나중에 보자꾸나"


이 녀석, 그렇게 차가운 녀석은 아니네... 역시 고양이를 좋아하는 녀석 중에 나쁜 녀석은 없다니까. 서둘러 집 앞으로 나가니, 스미레 씨와 츠즈키 씨가 앞에 서 계셨다. 나만 나와서 두 사람은 당황한 모양이었지만, 츠즈키 씨와 스미레 씨에게 가서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나는 츠즈키 씨에게 인사를 드리고, 스미레 씨에게 부탁해서 본가로 향했다. 본가에 도착한 나는 서둘러 옷을 가지고 다시 학교로 향했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지만, 스미레 씨가 운전을 거칠게 해서 속이 안 좋아졌다... 지각 정도는 해도 된다고... 우윽...


"즐거운 하루되시길, 도련님"

"아침부터 번거로운 부탁을 해서 죄송해요, 스미레 씨. 나머지 옷은 제 방에 놔둬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래도 꽤 고급 승용차를 타고 와서 그런가, 나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게다가 꽤 미인인 비서가 인사를 건네주니, 더 이목이 집중될 뿐이다. 서둘러서 스미레 씨를 보내고, 학교 정문으로 들어갔다. 신발장에 도착한 나는 침을 삼키면서 천천히 신발함을 열었다. 다행히 실내화만이 들어있는 깨끗한 신발장이었다. 그렇지, 여기는 중학교가 아니니까... 실내화로 갈아신고, 나는 1학년 F반으로 들어갔다. 역시 한 달이 지난 후라서 이미 각 그룹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괴롭힘을 당하는 것 보다는 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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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뭔가 쌔게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 중학교 때가 생각나서 날라온 곳을 향해서 강하게 노려봤다. 그러자 몇 떠들던 학생들도 조용해지고, 교실은 정적인 분위기가 되었다. 담당 선생님이 짜증난다는 웃음으로 내게 말을 하셨다.


"호오- 한 번 싸워보자는 거냐? 히키가야"

"아, 죄송합니다..."

"하아... 일단 히키가야, 이 시간이 끝나면 교무실로 오도록! 자, 다시 내 소개를 한다. 나는 국어 담당인 히라츠카 시즈카라고 한다. 잘 부탁하마"


이 선생님, 류지랑 잘 어울릴 지도... 수업이 끝나고,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을 따라서 교무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교무실 구석에 있는 상담실로 데려가서 내가 쓴 진로희망서를 테이블에 내려놓으셨다.


"하아... 히키가야, 수업 안 듣냐? 아니면 뭔가 불편한 게 있는 거냐?"

"잘 듣고 있습니다만... 아뇨, 죄송합니다"

"너는 자는 게 듣는 거냐... 문제가 없다면 다행이군. 하지만 네가 낸 진로희망서, 대충 적으면 어떻게 하냐? 그리고 선생을 그렇게 째려보다가는 교사들에게 제대로 미운 털이 박힐 테니까, 조심해라. 하아... 너를 데리고 가야 할 곳이 있으니까, 따라와라"

"네..."


특별동으로 들어간 선생님과 나는 구석에 있는 한 교실 앞에 멈춰 섰다. 문을 열자, 미모의 여학생이 책을 읽으며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녀와 나는 눈을 마주치고, 서로 얼어붙었다.


"자, 오늘부터 입부하게 될 히키가야 하치만이다. 유키노시타, 잘 부탁하마"

"네...? 선생님, 제게는 귀중한 귀가부라는 부활동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내 얼굴 옆으로 주먹이 날라왔다. 나는 놀라서 나를 향해 날아오던 그 주먹을 잡고 말았다. 켁... 


"역시 야쿠자의 반응속도는 대단하잖냐?!"

"켁... 좋아하실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만... 방금 행동은 죄송합니다"

"내가 먼저한 행동이니까 괜찮다. 그래서 유키노시타, 이 녀석의 썩어빠진 마인드를 고쳐줘라"

"선생님이 구시대적인 마인드이신 게..."

"뭐? 설마 그래서 결혼을 못 하는 거라고 하는 거냐?!"

"죄송합니다..."

"그러면 나는 일이 있어서 이만 간다. 둘이 잘 지내도록"


문이 닫히고, 나는 덩그러니 서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일어서서 자신의 키보다 위에 있는 의자를 내려주려고 하고 있었다. 것보다 키도 안 닿잖아... 유키노시타에게 다가가서 대신 의자를 내렸다. 그러고는 유키노시타와 조금 떨어진 곳에 의자를 두고 앉았다.


"그런데 여기는 뭐 하는 부냐?"

"흐음... 내가 하고 있던 걸 생각하렴"

"문예부"

"틀렸어"

"흐음... 힌트를 줄래?"

"방금 네가 나에게 해줬던 거야"

"도와준 것...?"

"그래, 어서오렴. 여기가 봉사부란다, 히키가야 군"

"헤에- 그런데 동아리에 왜 너 밖에 없냐?"

"새로 만들어진 동아리라서 그런 모양이야. 언니가 과거에 봉사부라는 걸 했다고 들어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어"

"말했잖냐, 네가 꼭 언니의 그늘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너는 너니까"

"그래. 하지만 이건 내가 입학하자마자 부탁한 거라서 취소할 수 없었단다"

"그런가... 앞으로 잘 부탁한다. 유키노시타"

"그래, 히키가야 군"


그녀는 나와 대화를 끝내고, 덮어뒀던 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할 게 없어진 나도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비록 문예부처럼 보일지라도... 우리들의 첫 부활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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