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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츠카 선생님이 오셔서 나에게 프린터를 주셨다.


"이것 좀 유키노시타에게 줘라"

"네...? 유이가하마나, 선생님이 하시면 되잖아요. 왜 굳이 저에게...?"

"난 지금부터 교무회의다. 유이가하마는 잠시 어디를 간 모양이고, 넌 한가하잖냐?"

"켁... 저도 이제 점심을 먹어볼까 하는... "즉 한가하다는 거군"

"넵... 한가합니다. 제발 주먹만은 넣어주세요... 그러면 이걸 유키노시타에게 가져다주면 되는 거죠?"

"아아, 그러면 부탁한다"

"네"


어차피 빵도 사러가야 되고, 매점에 가는 길에 유키노시타에게 전해주자.
나는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부실에서 먹는 게 기억나서 부실로 갔다.
하지만 부실의 문은 잠겨있었다. 부실에도 없다는 건... 유키노시타의 반에 가야하나...

반에 도착하니, 뒷문에서 이야기하는 애들이 있어서 유키노시타를 불러달라고 했다.
난 고백하러 온 게 아니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유키노시타 양? 알았어... 유키노시타 양, 오늘 좀 저기압 같으니까 조심해줘"

"아아, 고마워"


유키노시타는 항상 나에게 저기압인데...
유키노시타가 힘 없는 듯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뭐니...? 히키가야 군?"

"전해줄게 있어서... 너, 괜찮냐?"


유키노시타에게 열이 있을까봐, 앞 머리카락을 들어서 손으로 확인했다.


"열은 없는데... 조퇴라도 하는 게 어떠냐?"

"...그 정도는 아니니까, 신경 쓰지마렴. 끝났으면 돌아가도 될까...?"

"미안, 하나만 더. 이건 히라츠카 선생님이 주신 프린터. 부활동 계획서라더라"

"그래, 알겠어. 오늘은 부활동은 없단다"

"아아, 힘내라"


유키노시타는 힘 없이 배를 움켜지고 자리로 돌아갔다.

음... 설마...?
코마치는 수업 중이라 못 받으니까...

나는 스마트폰을 눌러서, 그 사람에게 전화했다.
몇 번의 신호음이 들리고, 전화를 받았다.


[히키가야 군이 나에게 전화를 하다니, 별 일이네- 설마... 누나가 보고 싶은 거야?!]

"유키노시타가 오늘 그 날인 것 같아서요. 뭐가 좋은 지 참고할까 해서요"

[헤에... 유키노가 신경쓰이는 거야?]

"신경 쓰인다기 보다는 걱정 되니까요..."

[그걸 신경 쓰인다고 하는 거 아니야?] 후후

"켁... 하여튼 유키노시타에게 좋은 것 좀 알려주세요"

[유키노짱 아마도 오늘 그걸 안 들고 온 모양이네. 근처 편의점에서 날개있는 걸로 사줘. 그리고 배가 따뜻하게 하는 게 좋아]

"감사합니다, 다음에 같이 식사해요"

[약속했다?! 그러면 유키노짱을 잘 부탁해-!]





다행히 점심시간이라서 학교 앞 편의점에서 생리대를 사고, 핫팩도 샀다.
내가 생리대 사는 게 불쌍해보였는지, 안쓰러운 얼굴로 봤다고...
다행히 점심시간 끝나기 5분 전에 유키노시타네 반 앞에 도착했다.
하필이면 거의 점심시간이 끝날 시간이라서 다 착석해있었다.
유키노시타는 그대로 누워있네... 저 성격이면 조퇴도 안 할 테고...
나는 스텔스 힛키로 뒷문을 조심해서 열었다.
조용히 유키노시타의 자리로 걸어갔다.


"야, 괜찮냐?" 속닥

"에... 히키가야 군...? 으응... 보지 말아줘"


나를 보기 싫을 정도로 아픈 모양이네. 전해줄 것만 주고 가자.


"이거 내 코트랑 핫팩인데, 입고 있어라"

"에...? 고마워..."

"난 이제 수업시간이라서 간다"

"잘 가렴..."

"아아, 아픈 날에는 쉬는 게 어떠냐? 걱정된다고"


나는 그 말만 하고 J반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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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노 side


히키가야 군이 나에게 코트를 주고 갔다.
안에는 핫팩과... 생리대...?
생리인 걸 어떻게 알고...
순간 그가 편의점에 가서 생리대를 사는 모습을 상상했다.
푸흣... 그를 생각하니까 아랫배도 조금은 괜찮아진 것 같다.
아까 히키가야 군에게 너무 쌀쌀맞게 대한 걸까...
내일은 꼭 진심어린 말로 사과하자.
그 때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언니에게서 온 메일이었다.


[유키노짱, 히키가야 군이 뭐 해줬어?]

[히키가야 군이 생리대랑 핫팩을... 그것보다 언니가 왜 알고 있어?]

[히키가야 군이 나에게 상담했거든. 유키노가 걱정된다고 말이야]


히키가야 군이 날 걱정했다고...?
그는 언제나 자상하니까... 또 도움을 받았구나... 후후


[알려줘서 고마워. 또 거짓말한 건 아니지? 그러면 진짜 언니랑 대화 안 할거야]

[엑... 너무해, 유키노짱! 이 언니는 언제나 진실만을 말한다구- 게다가 히키가야 군이 나랑 단둘이 밥 먹자고... 앗- 비밀이었나?]

[응... 알았어. 고마워]

[그래도 히키가야 군은 진심이었으니까, 살살해줘]

[그래]


히키가야 군, 언니랑 단 둘이 밥 먹기로 하다니... 나랑 단 둘이 밥 먹은 적도 없는데...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에게 조퇴증을 받고, 나는 히키가야 군이 있는 F반으로 갔다.
내가 F반에 들어가자,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내가 찾는 그는 여전히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책상을 두드렸다.


"히키가야 군, 일어나렴"

"으응...? 너, 괜찮냐?"

"으, 응... 네 덕분이야. 히키가야 군, 잠시만 따라와주렴"

"아아"


나는 히키가야 군의 손을 잡고, 교문을 향해 걸어갔다.
수업 종이 울리고, 사람이 없는 복도를 그와 단 둘이 걸으니까 기분이 좋아진다.


"야, 나 수업있는데?"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 네가 언니에게 단 둘이 밥 먹자고 했다며?"

"켁... 그래도 네가 아프니까 어쩔 수 없어서... 유키노시타 씨에게 물어본 거다"

"그래도... 히키가야 군이 나에게 물어봐 줬으면 좋겠어..."


그는 땅을 바라보며 내게 말하고 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날 바라보게 하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네게 말하고 있는 사람은 나야"

"알고 있어"

"하지만 난 그런 네가 싫지 않아..."

"켁..."

"그러니까 나에게 할 말 없니?"

"나도 그런 네가 싫지 않아..."

"그렇구나... 그러면 답은 정해졌구나"

"무슨... 읍-"


나는 히키가야 군에게 까치발을 하고 그에게 키스했다.


"히키가야 군도 내년이면 18살이잖니...? 그러니까 저랑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 주세요" /////

"켁... 너무 빠른 선택을 하는 거 아니냐? 천천히 생각해도..."


이 바보는... 정말... 얼마나 부끄럽게 만드는 거야...?


"싫어. 난 평생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난 널... 사랑해" /////

"나도 널 좋아해. 하지만 넌 내게 맞지 않아"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아"

"그런가..."


딩동


[현재 운동장에 있는 커플, 지금은 수업시간이다! 당장 교무실로 오도록!! 결혼하고 싶어...]


"어떻게 할래, 히키가야 군?"

"도망가야지. 지금 잡히면 죽는다고. 자, 가자. 유키노"

"응, 하치만"


나중에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붙잡혀 히키가야 군과 벌청소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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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팬픽이 재미가 없어서 쓰지 않고 있었던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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