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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목이 말라서 MAX커피를 사러 자판기로 가는 길이었다. 화단을 지나가고 있을 때, 유키노시타가 숙여서 뭔가를 찾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말을 걸었다.
"여기서 뭐하냐? 유키노시타"
"떨어진 걸 찾고 있었어. 히키가야 군은 무슨 일이니?"
"난 자판기에 캔 커피를 뽑으러 가는 중이었어. 이만 갈게. 오해 받을 수도 있잖냐?"
"그래..."
다시 자판기로 걸어가던 중, 유키노시타의 얼굴이 떠올라서 다시 돌아갔다. 나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유키노시타의 주변에 앉아서 말을 걸었다.
"그래서 잃어버린 게 뭔데...?"
"혼자서 찾을 수 있지만... 고마워. 내가 찾고 있는 건 판씨 열쇠고리야"
"판씨를 참 좋아하는구만... 왜 떨어트린 거야? 학교에서 굳이 열쇠를 쓸 일이 없잖냐?"
"사물함에 책을 놔두려고 열쇠를 꺼낸 순간, 교실에서 놀던 남학생과 부딪혀서 날라갔어. 열쇠는 다행히 교실에 떨어졌지만, 열쇠고리는 밖으로 떨어진 모양이야"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거냐...? 대단한 우연이네"
"나도 직접 본 건 아니라서, 그때 동급생 중 몇 명이 밖으로 떨어졌다고 알려줬어"
"흐음... 그런가... 알았어. 서둘러 찾아보자"
"그래, 고마워"
찾다가 허리가 아파서 잠시 하늘을 향해 허리를 폈다. 그러자 창문에서 은색 양동이가 반짝이는 게 보였다. 하아... 그런 거였나... 서둘러 다가가서 유키노시타를 밀어냈다. 그러자 유키노시타는 넘어지고, 내가 대신 물을 맞게 되었다. 온몸이 물에 젖었고, 아직 5월이라고 해도 차가운 물을 맞으니, 추울 수 밖에 없었다. 유키노시타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 한 모양이었지만, 서둘러 내게 다가왔다.
"나 때문에 미안해... 부실로 가 있으렴. 수건 가져다 줄게"
"너 때문이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난 체육복을 가지러 반에 갔다올게"
"그래..."
내가 젖은 채로 반에 들어가자, 시선이 모였다. 이런 식으로 관심 받고 싶지는 않았는데... 나는 서둘러 보조 가방에서 체육복을 꺼내 부실로 향했다. 그 녀석이 이 일로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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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노 side
이미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렸지만, 부실에 도착한 나는 포트에 물을 부어서 스위치를 눌렀다. 의자에 앉아 히키가야 군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겼다. 역시 나는 히키가야 군에게도 피해를 주는구나... 나는 누구와도 엮이면 안 되는 걸까... 그런 생각에 잠겨있자, 히키가야 군이 문을 열고 부실로 들어왔다.
"미안, 노크를 했어야 했는데..."
"아니, 괜찮아. 그러면 나는 나가있을 테니까, 천천히 갈아입으렴. 포트로 물을 끓이고 있으니 조심해서 입으렴"
"아아, 고마워"
"그건 내가 할 말이란다"
히키가야 군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부실의 문을 닫아주고, 복도에 서서 기다렸다.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고 있자, 아직 내 손에 수건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방금 닫았으니, 아직 교복을 입고 있다고 생각해서 부실의 문을 열었다.
"히키가야 군, 미안해. 수건 주는 걸-"
"켁... 유, 유키노시타..."
부실의 문을 열자, 히키가야 군의 등이 보였다. 그의 등과 어깨에는 파도가 치는 배경에 도깨비가 그려져있었다. 가정주부로 살겠다는 그의 말과는 상반된 문신이었다.
"도깨비..."
"정확하게 말하면... 안 어울리다고 생각하겠지만, 한야야"
"한야라면... 승려와 사랑을 이루지 못해서 악귀가 되어버린 여자의 이야기 맞니?"
"그래. 그리고 남자를 극도로 혐오해서 남자나 아이를 잡아먹기도 하는 원령이기도 하고... 그런데 너는 내 문신을 보고도 담담하네?"
"그야... 문신이 있어도 히키가야 군은 히키가야 군이잖니? 왜 한야로 했는지 물어봐도 될까?"
"왠지 누군가에게 속아서 남을 혐오하게 된 점에서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구나... 물어봐서 미안해. 그리고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어. 난 오히려 히키가야 군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는 걸. 후후-"
"그러냐...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봤어..." ///// 긁적 긁적
"그러면 밖에서 기다릴게. 천천히 나오렴"
"아아, 고마워. 유키노시타"
문을 닫고 다시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히키가야 군이 천천히 문을 열고 나를 불렀다. 그는 이번에는 다행히 체육복을 입고, 젖은 교복을 창문에 걸어서 말리고 있었다.
"들어와"
"아까는 도와줘서 고마워"
"네가 안 젖어서 다행이야, 오늘 마침 체육 수업이 있었거든"
"저기... 혹시 원하는 거라도 있니?"
"아니, 없는데... 말했잖냐. 이건 나를 노린 거야. 네가 곁에 있어서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밀어낸 것 뿐이야. 네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그래도... 나를 노린 걸 수도 있잖니? 보답이라도 하게 해줘.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알려주렴"
절대 그럴 리가 없어. 학교를 등교한지도 얼마 안 된 히키가야 군이 벌써 괴롭힘을 당한다는 건 말이 안 돼... 이건 나를 노린 거 였어... 너는 내가 상처 받을까봐 이런 것도 감싸주는구나... 역시 넌, 야쿠자에 안 어울려...
"하아... 보답할 필요는 없는데... 라면?"
"그냥 내가 알아서 만들어줄게"
"아아, 네 음식은 뭐든지 맛있으니까 기대할게"
"그래, 그럼 난 이만 갈게, 나중에 봐. 히키가야 군"
"알았어"
먼저 문을 잠그고, 나랑 히키가야 군은 각자의 반으로 헤어졌다. 나 때문에 히키가야 군이 지각을 했겠네... 나중에 다시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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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만 side
오늘도 부활동 시간이 끝날 때 까지 의로인은 한명도 오지 않았다. 역시 이 부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건가... 유키노시타는 열쇠를 반납하러 교무실로 가고, 나는 신발장으로 향했다. 신발장으로 가서 신발함을 열어보니, 운동화 위에 편지가 올려져 있었다. 이번에는 무슨 장난일까... 천천히 편지를 열어서 읽어봤다. 편지에는 간략하게 동아리 시간이 끝나고 뒷뜰에서 만나자는 편지가 적혀 있었다. 평소 같으면 무시를 했겠지만... 이 글씨는 남자가 쓴 거였다. 이건 봉사부에 대한 의뢰인 건가? 나는 바로 운동화로 갈아신고, 뒷뜰로 향했다. 뒷뜰에는 학교에서 몇 번 이름을 들어본 선배가 서 있었다. 분명 안 좋은 쪽으로 유명한 선배였지...
"너, 아까 유키노시타를 왜 구한 거야?"
"에... 그러니까... 일단 편지를 보낸 선배시죠?"
"그래. 너, 설마 유키노시타랑 사귀는 거냐?"
"그건 아닌데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내 말이 끝나자, 그 녀석은 엄청나게 분노하며 말을 시작했다. 유키노시타가 이 녀석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저렇게 분노할까?
"유키노시타 년이 내 고백을 거절했다고! 게다가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말이야. 그런 년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잖아? 그러니까, 네가 여기로
데리고 와"
"하? 물론 차여서 부끄러웠던 건 이해가 가는데요. 그게 폭행을 해야하는 이유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하아? 그러다가 너도 때릴 수가 있는데?"
"그러면 저도 하나 제안할게요. 그 녀석을 건드리면 저도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요"
"그게 선배에게 말하는 태도냐? 이 자식이 건방지게!"
선배는 내게로 와서 내 멱살을 잡았다. 그러고는 오른손으로 내 얼굴을 때렸다. 나는 맞은 그대로 녀석의 복부에 니킥을 때려서 잡고있던 멱살을
풀었다. 그러자 그 녀석은 복부를 잡으며 주저앉았다. 이 얼굴로 돌아가면 그 녀석, 걱정하려나...
"야, 봐주니까 네가 이길 것 같지...?"
"굳이 이기고 싶지는 않은데요?"
"그래, 네 소원대로 해줄게..."
그렇게 선배가 조용히 말하자, 내 뒤로 2학년들이 다가왔다. 게다가 몇몇의 손에는 야구방망이도 들려져 있었다. 운동 안 한지 오래됐는데, 도구를 쓰는 건 너무하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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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머리쪽으로 오는 공격들은 막았지만, 몸은 그대로 데미지를 입은 모양이다. 오늘 밤에 잘 때는 고생하겠는 걸... 벽에 기대서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다가, 멀리서 뛰어오는 소리에 일어섰다. 예상대로 히라츠카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이었다.
"하? 뭐야, 이거?! 히키가야, 네가 이런 거냐?!"
"뭐,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히키가야 군, 잠시 볼 수 있을까요?"
"네..."
나는 교장 선생님을 따라 교장실로, 누워있던 녀석들은 히라츠카 선생님을 따라서 학생지도실로 데려갔다. 교장실에 도착하자, 교장은 소파에 앉아서 몸을 떨기 시작했다. 역시 교내에서 폭행을 저지른 건 징계를 피할 수 없겠지...
"히키가야 군,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겠죠...?"
"저는 징계를 받겠죠"
"물론 그것만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소세이파에서 알게 된다면... 부탁드립니다, 히키가야 군. 징계는 어떻게든 피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꾸벅
"하아... 저는 조직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추후의 일로 교장 선생님에게 문제가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히키가야 군!"
"다만, 선배들에 대한 처분을 확실하게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저도 그에 대한 정당한 징계를 주셨으면 합니다"
"에... 히키가야 군이 그렇게 원한다면 알겠습니다. 이 일은 히키가야 군의 부모님에게는 비밀로 하는 게 좋겠죠?"
"네. 유키노시타에게도 비밀로 부탁드릴게요. 제가 잘못한 행동이니까요"
"알겠습니다. 히키가야 군의 처분에 대해서는 담당인 히라츠카 선생님이 알려줄 겁니다만... 학교에 공고가 붙는데 괜찮을까요?"
"네, 괜찮습니다. 교내 폭행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합니다"
"뭐... 문제들이 많던 녀석들이었으니까요. 이 일로 학교가 조용해진다면야 다행이죠"
"그런가요... 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드르륵
문을 닫고 나와서 나는 복도를 걸어가면서 스미레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연결음이 들리더니, 스미레 씨가 전화를 받았다.
"네, 도련님. 학교 앞에서 대기 중입니다"
"에... 스미레 씨는 기다린 거예요?"
"금방 왔습니다. 도련님"
"늦어서 죄송해요,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실 수 있나요?"
"네, 물론이죠"
다행히도 스미레 씨는 내 부탁을 들어주셨고, 그 후, 나는 유키노시타랑 함께 거주하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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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노 side
하교 시간이 지났지만, 히키가야 군이 돌아오지 않았다. 분명 어디로 간다는 말은 없었는데... 아직 히키가야 군의 연락처도 모르고 있으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게 좋겠지...
띵동
소파에 앉아있자,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앞에는 고개를 돌리며 미안해하는 히키가야 군이 서 있었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얼굴에는 타박상이 있는 것 같았다. 나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화장으로 가린 걸까...? 조용히 있어주는 게 좋겠지...
"늦어서 미안... 들어가도 될까?"
"그래. 밥은 어떻게 할 거니?"
"그냥 조금 쉬고 싶어"
"그래..."
히키가야 군은 방을 향해서 걸어가더니, 식탁을 보고는 흠칫 멈춰섰다. 역시 마음에 안 드는 음식이라도 있는 걸까?
"너... 안 먹고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히키가야 군에게 주기 위해서 만들었으니까,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어"
"미안해. 아까 약속 잊고 있었어"
히키가야 군은 그대로 식탁으로 가더니,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내가 멍하니 히키가야 군을 바라보고 있자, 히키가야 군은 내게 말을 건네왔다.
"레스토랑 급인데... 먹어도 될까...?" ///// 긁적 긁적
"후후- 그래. 식었으니까, 데워줄게"
"괜찮아. 빨리 먹고 쉬고 싶으니까"
"그러니? 그러면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히키가야 군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그의 손을 보게 되었다. 그의 손에는 파스가 붙어있었다. 역시 누군가랑 싸운 모양이구나... 내게 숨기는 걸 보면 나랑 관련이 된 걸까? 히키가야 군은 잘 먹었다는 말과 함께 방으로 들어가서 아침까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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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자, 히키가야 군과 아침 식사를 끝내고, 함께 집을 나섰다. 하지만 로비를 나섰을 때, 히키가야 군 네의 승용차가 보이지 않았다. 뭔가 사정이라도 있는 걸까?
"미안, 스미레 씨가 오늘 조금 늦게 오시는 모양이야..."
"그러니? 그러면 같이 타고 가는 게 어떻니?"
"괜찮아, 나중에 보자..." 긁적 긁적
"그래. 히키가야 군도 조심해서 오렴. 나중에 부실에서 봐"
"아아..."
학교에 도착해서 신발장에서 실내화로 갈아신고, 반으로 가던 중, 학생들이 교내 게시판 앞에 모여 있었다. 뭔가 공지라도 있었던 걸까? 궁금해진 나는 게시판으로 다가갔고, 거기에는 내가 아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xxxxx
[교내 폭행 사건에 대한 징계 처분 결과입니다.]
해당 교내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교칙에 의거하여 아래의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립니다.
[1학년 히키가야 하치만 - 3일간 자택에서 근신]
[2학년 야마모토 료스케 - 강제 전학]
[2학년 이토 료타 - 강제 전학]
[2학년 코바야시 테츠야 - 강제 전학]
[2학년 요시다 렌 - 강제 전학]
xxxxx
공고문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학교에 갈 수 없는데도 나랑 아침에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설마... 내가 걱정하지 못 하게 하려고 했던 걸까...? 역시 넌 생긴 것과는 다르게 자상하구나... 내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 했을 때,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 봉사부의 유키노시타 양이죠?"
내가 뒤돌아본 곳에는 더벅머리에 안경을 쓴 여학생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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