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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치원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유치원이 끝날 시간이 되면, 애들을 데리러 각자의 부모님들이 유치원을 찾아오신다.
나는 애들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하고, 애들에게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아이가 남았는데, 유키노시타가의
딸인 유키노시타 코하루였다.
오늘도 집사님이 오실려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누가 갑자기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네, 들어오세요. 코하루, 집사님이 오셨나보다"
"코하루, 많이 기다렸지?"

하지만 들어온 사람은 유키노시타 유키노였다.
유키노시타의 왼손 약지에는 반지가 있었다.
아마도 엄청난 부자랑 결혼했겠지?

"유키노시타, 오랜만이다..."
"히키가야군, 오랜만이네. 여기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었구나..."
"아아, 장래희망인 주부로는 살 수가 없어서 말이다"
"그렇구나. 우리 코하루가 유치원에서 잘 지내고 있니?"
"아아, 누구하고는 다르게 친구들도 많고 말이야. 코하루는 엄마를 안 닮아서 좋겠네"
"코하루가 누구 딸인데, 그 정도 친구들은 당연하잖니?"
"켁... 네네. 그래도 코하루는 엄마의 미모는 그대로 닮아서 부럽네"
"설마 그 엄마라는 건 나를 두고 한 말이니?"
"아아, 당연하잖냐"
"으, 음... 그렇구나. 그러면 히키가야군은 나를 미인으로 보고 있는 거구나. 후후" /////
"그래, 하지만 난 유부녀에게는 관심없다고"
"그렇구나. 그러면 히키가야군, 다음에 우리 집에 오렴"
"하? 내가 왜 네 집에 가야하는 거냐?"
"엄마라면 아이가 유치원에서 잘 하고 있는지 당연히 궁금하잖니?"
"아아, 그러니까 나보고 네 집에 가서 코하루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알려 달라는 거냐?"
"그래, 잘 이해했구나. 그러면 코하루, 선생님께 인사해야지"
"히키가야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그래, 코하루 잘 가라"


------


왜 오늘 만나보고 싶다고 하는 거냐, 유키노시타...
유키노시타가 사는 집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소박한데...


딩동 딩동


"네, 누구세요?"
"나다"
"하아... 유치원 교사들은 그렇게 가정방문을 하니?"
"켁... 유키노시타 어머님, 코하루의 가정방문 때문에 이렇게 찾아 뵈었습니다"
"네, 들어오세요"


끼익


"어서 오렴"
"아아, 코하루는?"
"코하루는 지금 친구들이랑 밖에서 놀고 있어"
"하? 코하루도 없는데, 둘이서 상담하자고?"
"코하루가 없는 편이 더 상담하기 편하지 않니?"
"그런가... 뭐, 학부모가 그렇다면야..."
"이러니까 왠지 부부같지 않니? 후후"
"전혀, 이제 좀 집에 들여보내주면 안되냐?"
"아, 미안해. 들어오렴"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유키노시타 여전하네... 전부 판씨 뿐이야...
유키노시타가 차를 준비한다고 해서 나는 거실에 있는 소파에 먼저 앉았다.

"히키가야군, 우리 집에는 오랜만이네"
"아아, 너는 아직도 판씨를 좋아하는 모양이네"
"그래, 판씨는 귀여우니까"
"그러냐"

주방에서 유키노시타가 홍차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파왔다.
그렇구나... 나는 아직 유키노시타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그녀가 지금은 결혼해서 좋아했다고는 말하지는 못 하지만, 친구가 되어 달라고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소파에 일어나서 부엌에 있는 유키노시타에게 다가갔다.

"저기 유키노시타, 그게..."
"엣?!"


쨍그랑


""...""
"아... 유키노시타 미안해. 갑자기 말을 걸어서... 내가 치울 테니까 비켜줄래?"
"아니, 내가 치울게. 히키가야군은 손님이니까... 아얏-"

유키노시타는 바닥에 깨진 컵 조각을 치우다가 손을 베였다.

"하아... 네가 이렇게 다친 모습을 보면 네 남편에게 죄송하잖냐. 구급상자는 어디에 있냐?"
"거실에 있는 책장 위에 있어..."

나는 유키노시타를 먼저 소파에 앉히고, 책장 위에 있는 구급상자를 꺼냈다.

"손가락 보여줘 봐"
"여기..." /////

유키노시타의 손은 부드러웠다. 고등학교 때 한번도 잡아본 적이 없었던 손. 좀 더 느끼고 싶었지만...
유키노시타의 손가락을 소독하고, 밴드를 붙여줬다.

"앉아서 쉬고 있어라. 내가 치울 테니까"
"고, 고마워..." /////
"별로..." /////

유키노시타는 고맙다고 말하지 않는 성격이 였는데... 너도 변했구나.
나는 바닥에 깨진 컵 조각을 신문지로 싸서 쓰레기 통에 버리고, 거실로 돌아갔다.

"히키가야군, 아파서 그러는데... 손 좀 잡아줄래...?" /////
"나 때문에 다친 거니까... 알았어" /////

다시 잡은 유키노시타의 손은 작고, 부드러웠다.

"히키가야군, 아까 부엌에서 나에게 무슨 말을 할려고 한 거니?"
"아... 그냥 무시해라. 이룰 수 없는 일이니까"
"이룰 수 없을지는 모르는 거잖니?"
"그러면 유키노시타, 나랑 친구가 되어 줄래?"
"미안, 히키가야군이랑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아. 이런 관계 말고-


띵동


유키노시타가 뭐라고 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제 이런 관계는 싫으니까, 찾아오지 말라는 거겠지?
그러면 이만 변명하고 가볼까...
역시 내 주위에는 친구라고는 없었다.

"손님이 온 모양이네. 유키노시타, 난 이만 가볼게"
"아... 그냥 그대로 있으렴. 주민이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드르륵


"오랜만이네, 히키가야군!"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유키노시타 하루노였다.

"유키노시타씨도 오랜만이네요"
"히키가야군이랑 유키노짱, 드디어 사귀기 시작한 거야?!"
"하? 유키노시타는 결혼하지 않았나요? 딸인 코하루가..."
"코하루는 내 딸인데? 사실은 내가 유학을 가 있는 동안에 유키노에게 엄마 역할을 부탁했거든-"
"유키노시타? 왜 사실을 말하지 않은 거냐?"
"그게... 코하루가 내 딸이 아니면 히키가야군과 이제 만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
"오호... 그런가... 히키가야군은 어떻게 할 거야?"

유키노시타는 하루노씨 옆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렇게 쳐다보면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잖냐...

"왜 나를 만나고 싶었는데?"
"그야... 히키가야군이..." /////
"히키가야, 얄궂네? 후후. 그러면 나는 귀여운 코하루를 찾으러 가야겠다. 둘 다 바이바이-"





유키노시타와 단 둘이 거실에 남아있다.

"하루노씨도 나간 모양이고, 유키노시타 내가 뭘?"
"히키가야군을 좋아... 하니까..." /////

유키노시타가 뭐라고 했는지는 잘 들렸지만, 안 들린 척을 하기로 했다.

"뭐라고?"
"히키가야군이랑... 같이 있고 싶으니까... 좋아해요..." /////
"에..."

지금까지 거짓말한 대가로 조금은 나도 거짓말을 해도 되겠지?

"미안하지만, 여자친구가 있어서... 여자친구를 배신할 수는 없잖냐?"
"에...? 거짓말. 나, 히키가야군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는데?"
"뭐, 뭐가..."

히이익... 유키노시타 눈에 하이라이트가 없어?!
유키노시타는 갑자기 내 왼손을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히키가야군, 지금은 여자친구 없잖아. 대학생때 같은 학교 후배랑 사귀었지?"
"에... 그걸 어떻게..."
"그리고 히키가야군은 내게는 너무나 아까운 여자라면서 헤어지자고 했어. 바보같은 남자"
"..."
"하지만 난 그 여자가 있어도, 히키가야군을 계속 좋아했으니까... 히키가야군은 내꺼야"
"유, 유키노시타?"

유키노시타는 소파에서 나를 밀어 넘어뜨렸다.
그래서 나는 지금 소파에 누워 있는 자세가 되었다.
그리고 유키노시타가 내 위에 올라탔다.

"야, 뭐하냐...?" /////
"용서 할 수 없어. 내가 히키가야군의 첫 번째 여자친구가 아니라니..."

유키노시타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야, 적당히 해라" /////

나는 유키노시타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히키가야군, 나랑 사귀어 줘. 그리고 나랑 결혼해줘. 평생 주부로 있어도 돼" /////
"에..."
"나에게 이런 말을 하게 하다니... 히키가야군 때문이야" /////
"아, 진짜... 망할..." /////

유키노시타는 부끄러웠는지 다시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나도 유키노시타가 너무 귀여워 보여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이 얼굴에 닿았을 때, 왼손 약지의 차가운 물건이 얼굴에 닿는 느낌이 났다.
그건 Y.H가 각인된 금색 반지였다.

"뭐야? 이 반지는?"
"그거 히키가야군과 나의 약혼반지가 아닐까?"
"언제 끼워 넣었냐?"
"아까 히키가야군에게 이야기할 때, 왼손을 만지면서 넣었어"
"이 반지, 몇 일 전에 유치원에 끼고 온 거 아니냐?"
"맞아. 신경 쓰였니?"
"바보냐? 왜 왼손 약지에 이런 반지를 혼자서 끼고 있었냐?"
"히키가야군이랑 이어져 있고 싶었으니까..." /////

바보같이 혼자서 이 반지를 껴서 만족하면서 살았던 걸까...
망할...
나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유키노시타의 얼굴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고등학생 때 용감하지 못 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며 유키노시타의 입술에 키스했다.


쪼옥-


"미안해, 너무 늦어 버려서" /////
"아니, 지금이 가장 행복한 걸" /////



-----



*에필로그


윽, 어제 일 때문에 아파죽겠네...
갑자기 스르륵 문이 열리더니, 유키노가 들어왔다.

"왜, 왜 온 거냐?! 제발 오늘만은 봐주라..."
"내가 왠지 나쁜 짓이라도 한 것 같잖니?"
"유키노, 어제 기억 안 나냐?"
"어제?"

하아... 기억이 안나는 모양이네...

"너, 어제 내가 여자랑 이야기하는 모습을 봤다고 친정간다고 난리였잖냐?"
"그, 그건 하치만이 바람피니까! 우으..." /////
"그냥 길을 알려준 거 뿐이라고... 하아..."

그래서 어제 유키노에게 맞으면서 안아줬지... 무슨 여자애 주먹이 저렇게 쌘 거야?!
히라츠카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될까봐 무섭다고.  물론 바스트로는 무리지만...

"나, 멍들었다고? 오늘은 봐주라..."
"어, 어제는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 대신 하치만이 좋아하는 거 해줄게..." /////

내가 좋아하는 거? 요리인가? 아니면 코마치?!
음... 뭘까...?
유키노는 나에게 다가와서 안겼다.

"오늘 날 마음대로 해도 돼..." ///// 꼬옥
"에... 정말?"
"" ///// 끄덕 끄덕

가슴에 묻히는 거 정말 좋아하네...
나는 유키노시타의 귀에 속삭였다.

"제발 친정에 가줘" 속닥

집에서 자유롭게 있고 싶어!!

"에...? 설마 그 여자랑 바람피우려고..."
"그 여자는 길만 물어본 거라니까... 그리고 난, 너 뿐이고..." /////
"응... 그건 알고 있어. 사랑해, 하치만-" ///// 꼬옥

이 녀석의 사랑한다는 말은 좀 무거워... 이러다가 나, 일찍 죽을 수도...

"그래, 나도 사랑해. 유키노" ///// 꼬옥
"엣... 바보, 변태, 하치만! 우으..." /////
"하? 뭐가 문제인데?"
"하, 항상 사랑한다고 말해주지도 않으면서... 녹음하게 한 번만 더 해줘!" /////
"싫어. 유키노랑 잘까..." 꼬옥
"으, 응... 칫- 나중에 두고 봐..." /////

가끔은 좀 무섭지만... 날 좋아하는 거니까...
나도 좋아해, 유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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